농민신문

　얼마 전 자녀 한명이 있는 중년의 A부부가 상담소를 찾았다. 이혼 위기에 놓인 가정으로 남편은 같이 살자고 말하고, 부인은 이혼을 원했다. 10여년의 결혼생활 동안 가부장적 성격의 남편은 가족들에게 다정하지 않았고, 집보다는 밖에서 활동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에게 지친 아내는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러다 아내는 한 남자를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노발대발했고, 그제야 자신의 결혼생활이 위기임을 인식했다. 막상 아내가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이미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마당에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며 이혼을 원했다. 남편의 무관심과 가부장적인 행동에도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상담소에 와서도 ‘결혼생활 지속’과 ‘이혼’이라는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가 달성되기보다는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 행동만 반복하고 있었다. 부부가 각자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현명한 전략을 생각해 낼 필요가 있었다.

　일단 부부를 따로 만나 개인상담을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를 붙잡으려 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아내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만천하에 외도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을 하거나 “가정을 지키라”며 큰소리로 끊임없이 훈계를 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싫었다. 아내에게 남편은 이미 매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편과의 상담을 통해 남편의 개인상담 목표를 ‘나의 매력 찾기!’로 정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다시 호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여러 방법들을 함께 찾아갔다.

　반면 아내와의 상담에서는 아내가 원하는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함께 찾아봤다. 아내는 남편이 싫다면서 끊임없이 남편을 향해 무시와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행동들이 남편의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를 강화시키고 있었다.

　부인이 원하는 이혼을 위해선 남편의 협조가 필요한데, 남편이 지금처럼 나오면 이혼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부인의 상담 목표는 남편을 순순히 이혼에 동의해주는 ‘젠틀맨’을 만드는 것으로 잡았다. 남편의 자존감이 위협받지 않도록 남편을 존중하기로 했다. 10년 넘게 같이 산 사람과 원수로 헤어지는 것보다는 원만하게 끝내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설득했다.

　우리는 합의 시점을 6개월 뒤로 정하고 그동안은 어떤 결론도 내지 말자고 약속했다. 부부는 6개월간 지속적으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삶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은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남편은 좀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고 아내에게 가정을 지키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도 않았다. 의외의 변화는 부인이었다. “이혼을 좀 더 고려해 보겠다”고 하는 부인의 말을 들으며 어쩌면 이혼 의사를 거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착각일까?

　<서울사이버대 교수·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