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한 남성이 아내로 인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상담소를 찾았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부인은 젊은 시절에 모델 일을 했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지녔고 두 사람 사이에는 초등학생 자녀가 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부인의 사치스러운 생활. 부인은 높은 생활 수준과 자녀 교육을 위해 많은 생활비를 요구했는데 남편은 이러한 아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버거웠다.

　남편은 결혼 이후 아내의 요구를 줄곧 맞춰줬지만 아내는 쉽게 만족하지 않았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마음 역시 갖지 않는다고 했다. 돌아오는 것은 남편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핀잔과 비난뿐. 남편은 아내가 높은 생활수준을 선호하지만 정작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다며, 아내는 자기도취형에 이기주의라고 평했다.

　늘 아내에게 비난만 듣던 남편은 최근 다른 여자를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아내와 달리 자신을 이해하고 위해주는 사람이었다. 아직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새로운 사람에 대한 끌림과 아내에 대한 의리 사이에서 고민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남편에게 부인과 함께하는 부부상담을 권했다. 하지만 부인은 절대 상담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우리는 남편의 개인 상담을 통해 부부관계를 살펴보기로 했다.

　우선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에 많이 들었기에 남편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편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둘째로 컸다.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늘 쪼들렸고 자주 부부싸움을 했다. 어머니는 첫째인 형에 의지했고, 아버지는 막내인 여동생을 가장 아꼈다. 남편은 부모님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항상 열심히 일했지만 칭찬은 박한 편이었다고 했다. 이런 성장과정 속에서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했다.

　남편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와 현재 부인과의 관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편은 부모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처럼 아내에게도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더 많이 해주면 남들이 자신의 진가를 알아줄 것만 같아 경계선이 없이 무조건 잘하려는 태도가 문제였다.

　결국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만들어온 자기만의 관계패턴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한번 정착된 관계 패턴은 그것이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하려는 특징이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도 자신이 겪었던 부모와의 관계를 반복해서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아내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했다. 남편은 자신의 문제가 스스로 만든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 시작된 다른 여자와의 관계는 단지 부인과 부모에 대한 간접적인 복수이며 자신에겐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점도 인식했다.

　우리는 상담을 통해 ‘남편의 진정한 매력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남편은 남들에게 과하게 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도 소중한 사람,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갔다. 이와 함께 부인에게도 좀 더 의연하게 대했다. 더욱 값진 변화는 그전에는 돈을 주어야만 남편에게 다가오던 부인이 점차 남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