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지인들과 식사를 마치고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얘기가 나온다면 다들 멋쩍어하거나 서로 시선을 슬쩍슬쩍 엇갈리며 불편해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주 점잖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날 기억도 못할 정도로 만취한 순간이 아니고서야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설령 누군가 꺼낸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무관심한 척하거나, 심지어 불쾌해하기도 한다. 사실은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울 것이 뻔하면서도 말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섹스’에 대해 아주 많은 관심을 두고, 또 좋아하는 나라이다. ‘인생에 있어서 섹스는 아주 중요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87% 이상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런데 실상 성생활 만족도는 이웃 나라 일본과 꼴찌를 다투는 아주 이상한 나라이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사회 곳곳에 변태적인 성관계를 부추기는 사례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거리에는 ‘키스방’ ‘애무방’ ‘대딸방’ ‘귀 청소방’에 이어 ‘샤워방’ 등 유사성행위를 조장하는 곳이 버젓이 문을 열고 있다. 번화가에는 오피스텔 등에서 성매매를 한다는 광고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또한 텔레비전을 켜면 스무살도 안됐을 법한 소녀들이 맨살을 훤히 드러낸 옷을 입고 보기 민망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이 같은 모순은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하지만 성교육은 그저 순결만을 강요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인 것. 급한 사람이 알아서 하라는 걸까? 젊은이들은 성에 대해 개방적이며 일부는 만난 지 하루 만에 성관계를 맺는 ‘원나잇 스탠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피임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성에 대해서는 그저 함구하고 억압하기 바쁜 사회 분위기 탓이다. 이런 가운데 미혼모 임신율과 낙태율, 그리고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발표에 따르면 3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의 이혼율이 20년 전보다 14배 증가했다. 2014년 한해에만 이혼을 앞두고 상담소를 방문한 60~80대 고령층이 1125명이라고 한다. 20~30년을 산 부부도 죽을 때까지 함께한다는 보장이 없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성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부 간에는 성관계가 필요하다. 성관계는 부부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또 미국에서는 성관계를 즐기는 이들이 나이에 비해 인지능력을 잘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성행위는 적절한 심장운동이면서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도 한다. 인간의 신체기관은 가만 놔둘 때보다 쓸수록 건강해진다.
성을 즐기고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더불어 성을 드러내놓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일수록 더욱 건강하다.
배정원<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성전문가, 보건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