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서울 사는 자식들 먹인다고 부모님이 농사지어 깨끗하게 갈무리하신 고춧가루 팝니다.”
해마다 수확철이면 페이스북으로, 카카오톡으로, 때론 문자메시지로 농산물 직거래 주문 요청이 날아든다. 컴퓨터 클릭 한번으로, 혹은 대형 마트에 가면 당당하게 ‘최저가’ 명찰을 달고 있는 농산물들을 구매할 수 있지만 좀 더 비싼 값을 주고서도 도시인들은 기꺼이 이들의 구매 요청에 응하곤 한다. 거기엔 대형 마트엔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산자의 얼굴, 농산물마다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의 이야기다. 사람이란 알게 되면 응원하게 되는 법. 약간의 불편과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도시인들은 지갑을 연다.
<우리는 시골 농부를 스타로 만든다>에는 어쩌면 이렇게 우리가 잘 알고 있고, 혹은 경험하기도 했던 직거래 사례가 담겨 있다. 농촌에 희망의 씨를 뿌리고 싶어 고향으로 돌아간 저자. 그는 1차산업이 피폐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에서 대안을 찾고자 ‘다베루통신’이라는 먹거리 정보지 사업을 시작한다.
“굴이 생기고 자란 스토리를 알게 되면 굴이 더 맛있다.”
저자는 먹거리의 이면에는 도시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스토리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거리가 너무 멀기에 소비자는 생산현장에 공감하지 못한다. 우리 농업이 죽어간다는 말을 들어도 아파하지 않는다. 대형 마트에는 농부의 신음소리가 없고, 잘 포장된 상품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자의 얼굴을 알게 되고, 생산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달라진다. 귀농한 친구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내게 쌀을 대주던 노부부가 죽어가는 소리에 눈과 귀를 열게 된다.
‘다베루통신’의 핵심은 이것이다. 한달에 한번 회원들에게 생산자의 상세한 소개가 실린 잡지와 함께 농산물을 배달한다. 스토리를 전달하되 수준 높은 잡지로 만들어 시각적 효과와 가독성을 살린 게 특징이다. 여기에 실용 레시피를 추가했다. 소비자는 지금 내 앞에 도착한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생산한 건지 자세한 사연을 접하고, 잡지에 실린 레시피를 참조해 음식을 해 먹는다. 이 음식은 생산자의 삶이라는 조미료가 더해졌기에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게다가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고, 힘들게 농사짓는 농부를 응원한다는 자기 만족감까지 느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다베루통신’의 특징은 회원을 마구잡이로 확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각 지역에 적합한 통신을 새로 만들어 리그제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을 1500명으로 제한한 이 통신이 전국에 11개나 만들어졌고 2017년까지 100개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조직이 비대해지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는 다시 멀어진다. 이를 경계하면서 수평적이고 분권적인 협업을 지향한다는 점이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생산현장에 밀착된 스토리를 도시인들이 좋아할 만한 세련된 편집으로 들려줄 ‘다베루통신’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백창화(북칼럼니스트·충북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작은도서관 활동을 하다 충북 괴산으로 귀촌해 ‘숲속작은책방’이라는 가정식 서점을 열었다. 글을 쓰며 책을 골라주는 일을 낙으로 살고 있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