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최근 코미디언 이경규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화제다. 이른바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낚방(낚시 방송)’에 이어 최근에는 ‘말방(말 타는 방송)’까지 시도했다.

　사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눕기’는 금기되는 행동이고 특히 ‘낚시’는 예능에서 거의 활용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보란 듯이 시도한다는 건 도발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개인 방송별로 순위를 매기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연이어 1등을 차지하며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건 더욱 놀랍다. 네티즌들은 그를 ‘갓경규’ ‘킹경규’로 부르며 치켜세우고 있다.

　이경규의 시도가 새삼 주목받는 건 이처럼 기존의 방송 관행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방송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다른 예능도 아닌 바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점이다. ‘개인방송’을 지상파 버전으로 끌어안은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앞서 있는 예능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어쩌면 가장 오래도록 현역으로 뛰고 있는 개그맨 이경규가 새로운 시도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가장 최신 트렌드의 예능에서 가장 오래된 예능인이 펄펄 날고 있다는 것. 결코 가벼운 의미는 아니다.

　최근 들어 이경규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외에도 다수의 프로그램에 그가 포진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는 tvN의 <예림이네 만물트럭>에서는 야외 버라이어티를, MBC <능력자들>에서는 스튜디오 예능을 진행 중이고, 올 초엔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해 특유의 버럭 개그로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다양한 채널, 또 다양한 역할(호스트든 게스트든 상관없이)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게 없는 ‘만능맨’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경규는 ‘날방(날로 먹는 방송)’의 대가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불필요한 촬영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가 이처럼 롱런할 수 있는 건 남다른 노력이 깔려 있어서다. 방송에서도 대놓고 버럭 화를 내고 상대방에게 면박을 주기 일쑤지만 거기에도 분명히 지켜야 할 선은 지킨다. 대중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지금껏 그만의 캐릭터를 유지해온 비결이다. 최근 끝없는 논란과 구설수로 인성까지 의심받는 개그맨 장동민과 캐릭터는 비슷해 보여도 너무나 다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경규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방송을 주도하려는 모습은 요즘 대세인 ‘함께하는 예능’ 속에서는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최고의 개그맨이자 예능인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그런 모난 성격까지 하나의 캐릭터로 승화시키고 방송인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기지 않는 자세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이제 만 55세다. 예능인으로서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여전히 젊고 뜨겁다. 그리고 아직도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 어떤 젊은 예능인들보다 이경규가 젊어 보이고 여전히 환호받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