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사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편지와 선물이 낯설긴 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다시 읽어가며 보낸 사람의 진심을 그려보았다. 글자 그대로 소중한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굳이 오해할 필요도, 꼬아서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뜻밖의 선물이 도착했을 당시 나는 마을축제와 관련된 백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두달이긴 했어도 일주일에 사흘을 출근하면서 그곳 직원들과 가깝게 지냈다. 계약된 두달이 다 되어갈 무렵 마침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차에 선생님께서 주신 ‘뜻밖의 선물’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내가 마련한 선물은 책이었다. 선물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직원들의 성향에 맞는 책을 준비했다. 연애를 꿈꾸는 직원에게는 사랑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택했고, 쉽지만 색다른 소설을 읽고 싶다던 직원에게는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골랐다. 그렇게 여섯권의 책을 골랐고, 편지를 썼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지만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그 시간은 온전히 상대방을 위한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고, 그들의 꿈을 나 또한 꺼내보았다. 그날의 행동은 기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물론 절대적 존재를 향해 비는 그런 의식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나는 그들의 행복을 빌고 있었다.
그동안 나의 기도는 주로 나와 관련된 소망이었다. 특별한 종교 없이 범신론에 가까운 믿음으로 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을 바라는 식이었고, 바쁘면 이 또한 잊고 지내는 날이 더 많았다. 여기에 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이 수시로 바뀌는 변덕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변덕스러운 나의 기도와 달리 남을 위한 기도는 변덕스러울 것이 전혀 없었다. 그가 바라는 것을 바라는 것.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두어 줄의 편지처럼 짧고 간단했다. 이것이 전부라면, 어쩌면, 누군가를 위한 기도는 생각보다 쉬운지도 모르겠다. 뜻밖의 선물을 보내온 선생님의 염려처럼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의 벽이 내성 강한 병균이 된 탓일 수도 있고, 늘 하고 있는데도 너무 간단해 우리가 모른 채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뜻밖의 선물을 보내온 선생님의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창작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손 모아 빕니다.” 나 또한 선생님의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 그리고 기억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위한 나의 기도와 날 위한 누군가의 기도를.
황경란(2012년 본지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