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지난해 연말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다. 그런데 재개봉 15일 만에 10년 전 개봉 기록인 16만8691명을 가뿐히 돌파하더니 급기야 31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누구도 이 정도의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상영관도 대폭 확대됐다. 이쯤 되면 재개봉 영화라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재개봉 영화는 2013년에도 존재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터미네이터 2> <레옹> <시네마천국> <러브레터> 등이 그것. 2015년에 재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공동경비구역 JSA> <아마데우스> <천녀유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영웅본색>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도 많은 이들이 찾았고,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다. 재개봉 열풍은 올해도 이어져 조만간 <무간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재개봉된다. 대체 무엇이 극장가에 재개봉 열풍을 불게 했을까.

　재개봉은 극장가 비수기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실 비수기에는 신작이라고 해도 그다지 큰 흥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재개봉 영화들은 이런 문제들을 상당히 해결한다. 과거 테이프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100분에 2000만원 정도) 디지털화해 개봉하므로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 물론 신작 영화들처럼 대박 흥행을 거두기는 어렵지만 투자 대비 이익률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개봉돼 화제가 된 영화는 IPTV(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텔레비전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가격도 뛴다고 한다. 여러모로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를 대하는 관객들의 태도 변화도 한몫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극장에서 신작만을 찾는다. 하지만 이제는 인상 깊었던 책을 두고두고 꺼내보듯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좋은 영화를 다시 찾기도 한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최근 몇년간 지속되는 향수·추억과 관련한 복고 트렌드가 깔려 있다.

　복고와 관련해서 보면 재개봉 영화는 각박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기 위한 ‘힐링 체험’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옛 영화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힘은 순간적으로 과거의 한 시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는 점이다.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게 느껴질 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즐거웠던 그 시절로 돌아가보는 것이다. 이것이 복고의 핵심이다. 영화관에 들어가 옛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은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힐링의 시간인 셈이다.

　그렇다면 재개봉 영화를 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누구에게나 현재는 과거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과거를 추억하는 세대들 역시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복고는 그저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현재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다. 성공하는 복고 콘텐츠들을 들여다보면 현재에는 없는 어떤 것들이 우리를 매료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현재의 결핍이 채워지지 않는 한 복고에 대한 욕망은 계속해서 재연될 것이다. 그 형태가 리메이크(원작 재구성)든 재개봉이든.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