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사실 그 국기는 쯔위가 가져간 것이 아니고 제작진이 준비한 것이었다. 게다가 당시 쯔위는 대한민국 국기도 함께 흔들었다. 즉 그녀의 행동은 ‘대만 독립’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준비돼 있던 국기를 흔들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대만 출신 중국가수 황안이 여기에 기막힌 ‘정치적 의도’를 뒤집어씌웠다. 이로써 그녀의 행동은 중국과 대만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마침 진행 중이던 대만의 총통 선거에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중국에서 광적 포퓰리즘이 일어나며 쯔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이는 대만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만 독립 성향을 보이는 민진당이 더 많은 표를 얻었고, 민진당 주석 차이잉원이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것. 이 와중에 정치적 희생양이 된 열여섯살 소녀는 카메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쯔위 사태는 지금껏 우리가 중국과 문화교류를 하면서 한번도 겪지 못했던 문제인 한편,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중국과 대만은 겉보기에는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 간 문화적 교류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국적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을 통해 다른 국가의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쯔위의 소속사인 JYP(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또한 위기 대처능력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했지만 고작 열여섯살인 소녀가 홀로 카메라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정서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어쨌든 이번 일은 앞으로 한류를 활성화하는 데 크나큰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국가라는 틀은 꽤 오랫동안 견고하게 구축돼 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통합과 화합의 새로운 지향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물론 국가를 근간으로 하는 시스템이 단번에 무너지고 그 경계가 해체될 수는 없다. 그건 상당한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문화적 교류다. 문화는 국가를 중심으로 한 경계와 배척의 논리를 해체하고 똑같은 인간이라는 공감대 아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놓는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 국가의 개념을 뛰어넘어 활동하는 한류의 양상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교류 중에도 특정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적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역사학자인 ‘칼 포퍼’는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하는 것을 보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을 썼다. 이번 쯔위 사태를 이 표현에 빗대자면 ‘열린 문화와 닫힌 적들’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를 문제시하여 미래의 문을 닫아버리기보다는 열린 문화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