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제대로 허리 한번 펼 날 없이 바쁘게 농사를 지어 온 경기 이천의 남모씨(63). 평소 허리통증이 있었지만 올해 가을 수확철에는 허리는 물론 다리까지 저리고 땅겨오기 시작했다. 겨우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찾아간 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내리며 수술을 권했다. 수술이 망설여졌던 그는 다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시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시술 후 한달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고 있다.

　

　◆허리병 90%는 수술 없이 치료=우리 국민 열명 중 여덟명은 평생 한번쯤 허리통증으로 고생해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환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허리병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척추디스크 환자가 2011년 170만명에서 2013년 185만명으로 2년 만에 9%가량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흔한 척추관협착증 환자 또한 2009년 74만명에서 2013년 120만명으로 62%나 급증했다.

　이제는 척추 질환의 90%는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초기에 발견하면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병원을 꾸준히 다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일 때 병원을 찾곤 한다. 과거와 달리 요즈음은 거의 비수술적 방법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환자의 질환이나 상태, 정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시술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치료 부위에 약 1㎜ 두께의 가느다란 특수관(카테터)을 삽입해 약물을 넣어 치료하는 신경 성형술, 고주파 주사로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를 줄여주는 고주파 수핵 성형술, 내시경이 달린 카테터를 꼬리뼈 쪽으로 삽입해 치료하는 꼬리뼈 내시경 성형술 등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법은 입원 없이 10~20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시술이 끝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절개 없이도 가능해 흉터가 남지 않고, 전신마취에 따른 부담이 없어 고령의 환자나 당뇨·고혈압 등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수술방법 발전…회복 빨라져=그렇다고 비수술적 치료가 만능은 아니다. 다리를 가누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한 환자나 신경이 심하게 눌려 다리나 발에 마비증상이 있는 환자, 디스크 파열이 심해서 화장실에 기어서 가기도 어려운 정도의 환자는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척추수술은 전신마취 후 척추 부분을 10㎝ 이상 절개해야 했고 합병증의 위험이 따르는 ‘대공사’였다. 회복도 더뎌 수술 후 두세달 동안 침대에서 자리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수술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척추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에 피부를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최소침습 수술법이 적용되고 있어서다. 수술부위가 작아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미세현미경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최소침습 수술법은 척추관협착증에 적용되는 미세현미경감압술로, 신경을 누르는 뼈를 조금 긁어내서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과거보다 수술 시야를 크게 확대한 특수 현미경을 보면서 치료부위를 정교하게 찾아내기 때문에 주변 신경이나 조직의 손상이 적다.

　특히 일측접근 감압술의 경우 1~2㎝ 정도만을 절개하고, 수술 다음 날부터 바로 움직임이 가능하며 입원기간도 5~7일 정도로 줄었다. 무엇보다도 부작용이 적어 고혈압과 당뇨병,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시술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도움말=제일정형외과병원 ☎02-501-6868, www.cheilos.com

　류수연 기자 capa74@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