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굽어가는 허리와 삐걱대는 무릎은 노년의 상징이자 인생의 서글픈 훈장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도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요법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고혈압·당뇨 등 지병이 있거나 수술 합병증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노인들에게는 이러한 치료가 훌륭한 대안이 된다.

　개인적으로 노인성 척추질환 치료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연수를 받던 1998년, 들것에 실려온 척추압박골절 환자가 10분도 안 되는 간단한 시술 후 스스로 걸어나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당시 스승이자 노인 척추학의 세계적 권위자이던 코스투익 박사에게 척추 성형술을 배우게 해달라고 간청해 국내 최초로 이를 도입할 수 있었다.

　골다공증 때문에 척추에 골절이 생긴 많은 노인 환자들에게 척추 성형술은 효자 같은 치료법이었다. 순식간에 1년치 스케줄이 꽉 차버릴 정도였다. 그후 노인척추연구소를 개설하며 전문적인 연구에 나섰다. 특히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 가운데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농촌 어르신들이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2004년 경기 여주시 산북면을 시작으로 강원 횡성군 서원·공근면 등 여러 지역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어르신들의 허리건강을 돌보고 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이 더 일찍 치료를 결심할 수 있도록 무릎 인공관절수술과 관절내시경 치료를 반값으로 낮췄다. 진료비용 중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부분을 없애거나 줄이고 입원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부담을 줄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갈 것이다.

　노년의 허리 병은 감수해야 할 고통이 아니라 벗어버릴 수 있는 질환이다. 평소 올바른 자세 유지와 적절한 운동으로 예방에 힘쓰는 동시에, 발병이 의심되는 경우 적합한 치료를 통해 활기찬 생활을 누리시길 바란다.

　신규철<정형외과 전문의·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