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기창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서울 홍제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68). 시야가 조금씩 흐려지는 것을 느꼈지만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꾸준히 다니면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다른 안과에서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자칫 시력을 잃을 위기를 맞을 뻔했다.



　◆자각증상 거의 없어=눈에는 모양체라는 기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눈 내부의 물)가 계속 생성돼 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 배출구에 이상이 생기면 방수가 계속 고여 눈의 압력(안압)이 올라가게 되고, 눈 속에서 가장 약한 부위인 시신경이 점점 망가지고 시야가 좁아져 급기야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치료를 해도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질환이 바로 녹내장이다.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40세 이후부터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경우는 눈의 방수 배출구가 점차적으로 망가지는 ‘개방각 녹내장’이다. 안압이 높아도 초기 자각증세가 없고 눈도 겉으로는 정상으로 보여 환자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정상 안압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도 안압을 더욱 낮춰야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눈의 외상, 염증, 종양이나 오래된 백내장, 당뇨병 등이 원인이 된 ‘속발성 녹내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급성 녹내장인 ‘폐쇄각 녹내장’은 두통과 눈의 통증, 구토와 밝은 전구를 보았을 때 주변에 무지개 같은 것이 보이는 증상이 있다. 즉각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선천성 녹내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안압 측정만으론 부족=보통 정상 안압은 10~21㎜Hg 범위이지만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안압만으로는 녹내장을 확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방각검사, 시야검사, 안저검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전방각검사는 눈에 특수렌즈를 대고 방수 배출구가 있는 ‘전방각’의 각도를 검사하는 것으로, 전방각이 열렸는지, 신생혈관 또는 유착이 있는지 등을 관찰해 녹내장의 종류와 치료방법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검사이다.

　시야검사는 환자가 물체를 볼 수 있는 범위를 측정하며, 골드만 시야계와 험프리 자동시야계 등을 활용한다. 안저검사는 망막 위의 시신경이 모여 뇌로 들어가는 지점(시신경유두)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야변화가 나타나기 전에도 녹내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이다. 컴퓨터 시신경유두 분석기를 통해 정밀한 확인이 가능하다.



　◆안약 꼬박꼬박 넣어야=약물치료가 가장 일반적이다. 보통 몇 종류의 점안약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는 최소한 5분 간격을 두고 한 종류씩 한방울을 정확히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확히 거르지 않고 점안해야 한다. 특이체질이거나 요석, 심장 및 폐·기관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꼭 이 점을 미리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입원할 필요 없이 다양한 레이저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 경우 치료 후 급작스러운 안압상승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눈 속에 방수 배출구를 만들어주거나 방수 유출을 돕는 임플란트를 넣는 수술도 있지만, 수술 후에도 계속 약물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오직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적절한 치료만이 남아있는 시야와 시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