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1000억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일을 책임집니다. 더 나아가 모든 장기, 심지어는 심장의 운동까지 지배하는 우리 몸의 중심이지요. 그래서 뇌를 ‘1400ｇ의 작은 우주’라고도 합니다.
뇌에 대한 오래된 속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알려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뇌의 10%만을 쓰고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랍니다. 인간은 두뇌의 대부분을 고루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일 하나를 하는 데에도 뇌의 여러 부분이 반응하니 한번도 쓰이지 않는 뇌세포는 거의 없는 셈이죠.
다만 역량에 차이는 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선수와 학교 체력장에서 뛰는 학생을 비교해 보면 이들 모두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고 있지만 속도에는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요. 그렇다고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학생도 실력을 갈고닦으면 최대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육상선수라 해도 연습을 멈춘다면 최대 속도가 떨어질 수 있지요. 우리들의 두뇌도 마찬가지랍니다.
나이가 들수록 뇌도 늙어갑니다. 방금 스마트폰을 어디다 뒀는지, 어제 본 친구가 누구였는지. 이것저것 까먹는 일이 되풀이되면 걱정이 몰려옵니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다행히도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망증입니다. 환영할 수만은 없지만,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닙니다. 대신 말이 어눌해지고, 판단능력이 떨어지면 즉각 손을 써야 합니다. 치매는 ‘기억을 맡는 세포가 죽으면서 일상 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노인 열명 가운데 한명이 치매환자라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덜컥 겁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이들도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선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균형 있는 식사와 운동을 습관화하면 위험이 한결 줄어듭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매년 치매조기검진을 받고, 머리를 세게 부딪히면 즉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고혈압, 비만, 당뇨, 우울증 등이 있어도 철저히 관리하면 ‘치매의 싹’을 잘라낼 수 있답니다.
뇌에 있는 신경계는 평생 동안 변화하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노력과 정성에 따라 우리의 두뇌는 아름다운 꽃밭이 될 수도, 황무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새로운 장소나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흥미를 가지면 대뇌의 겉부분에서 세타(θ)파라는 뇌파가 나옵니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흥미를 가진다면 뇌의 활력이 높아져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노년에도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이들의 비결이기도 하지요.
또 뇌에는 특정한 뇌세포가 망가지더라도 남은 세포들이 활발하게 작용해 없어진 기능을 대신하는 ‘가소성’이 있습니다. 뇌세포의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서로 다른 세포, 심지어는 다른 영역을 통해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답니다. 중풍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뇌에 손상이 가더라도 재활훈련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구팔팔(9988). 아흔아홉살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이라죠? 건강한 두뇌를 간직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건강에 힘쓴다면 구구팔팔한 인생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시작해 봅시다!
◇참고자료=<춤추는 뇌>(김종성 지음, 사이언스북스),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김종성 지음, 지호), <뇌와 마음의 구조- 여기까지 밝혀졌다>(일본 뉴턴프레스 엮음, 뉴턴코리아), <커넥톰, 뇌의 지도>(승현준 지음, 김영사)
류수연 기자 capa74@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