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하지만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모두 치매는 아니다. 더구나 치매는 ‘질환’이 아니라 ‘증상’이며, 빨리 발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홍보간사)는 “치매는 특정한 병이 아니라 인지기능이 떨어져 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라며 “원인 질병이 무엇이냐에 따라 진행을 늦추거나 완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치매는 ‘증상’…원인 질병 다양해=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한다. 대부분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해 몇해에 걸쳐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상행동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흔한 것이 혈관성 치매로 20%가량 된다. 뇌졸중에 의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 뇌의 손상부위에 따라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언어·시야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파킨슨병도 말기에 치매증상을 보인다. 인지장애와 함께 팔다리가 굳고, 말과 행동이 느려지며, 손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유사질환인 루이소체 치매도 비슷하다. 드물지만 전두측두엽 치매도 있는데, 초기에 기억력은 유지되면서 행동·언어장애가 심하다.
치매로 혼동되는 증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우울증으로, 심해지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된다. 섬망도 종종 치매로 오인된다. 섬망은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일시적으로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상태다. 폐질환·심장질환을 오래 앓거나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 노인에게 흔하다.
◆치매와 건망증, 어떻게 다른가=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져 건망증이 잘 생긴다. 하지만 치매에 의한 기억력 저하는 양상이 다르다. “첫째 기억력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둘째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하며, 셋째 생일·제삿날·대형사고 같은 중요한 일을 까맣게 잊는다”는 게 최호진 교수의 이야기다.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몇시에 모이기로 했더라?”는 건망증, “뭐?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어”는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는 또 수리력·방향감각·도구사용능력 등을 함께 잃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기억장애와도 구분된다. 늘 다니던 길을 잃거나, 번호키를 못 열어 집에 못 들어가거나, 익숙한 가전제품 사용법을 몰라 쩔쩔맨다면 검진을 받아야 한다.
◆조기발견하면 관리·치료 가능=치매도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진행을 늦춰 초기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 더구나 치매증상을 보이는 일부 질환, 즉 뇌수종·두부손상·대사성뇌질환·갑상선질환·영양결핍증 등은 완치가 가능하다. 치매환자 10명 중 1~2명은 이런 경우다.
정밀검진 결과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은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정상인보다 매우 높다.
최 교수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 나이 탓이려니 하고 넘기거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숨기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으라”고 말한다. 각종 자가진단 설문지도 도움이 된다. 오른쪽 표는 한국인에 맞게 개발된 치매 선별 설문지로, 본인 또는 가까운 가족이 작성하면 된다.
손수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