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의 나이가 있나요~.”

　9월 중순 어느날, 경북 영덕군 영해면 괴시1리 ‘예쁜치매쉼터’(경로당)에서 흥겨운 트로트 가락이 울려 퍼진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영덕군보건소 치매관리 담당자들이 율동을 곁들여 노래를 부르자 함께 자리한 25명의 어르신들도 능숙하게 따라한다.

　이곳 예쁜치매쉼터에선 1학기(3~6월) 동안 24회의 수업이 이뤄졌고 2학기(9~11월)에는 19회의 수업이 진행된다.

　노래가 끝나자 <싱싱생생 두뇌학교> 책자가 어르신들 앞에 하나씩 놓인다. 주의력·기억력·언어능력 등 두뇌 발달에 도움되는 도형 맞추기·틀린그림 찾기·끝말잇기 등이 수록된 학습지다.

　“아따, 학교서도 못 했던 공부를 여서 다하네.”

　어르신들이 돋보기 안경을 고쳐 쓰며 찬찬히 문제를 풀어간다. 옆사람 것을 몰래 보기도 하고 담당자를 부르기도 한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고 떠들며 도형 맞추기를 10여분 하고 나자 이어서 미술 수업이 진행됐다.

　“본인 얼굴을 그려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게요. 그런데 현재 모습 말고, 과거 돌아가고 싶은 때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서윤자 치매관리 담당자는 “평소 치매를 예방하려면 손을 자주 쓰고 말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과거를 생각하는 것도 두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신위성 할머니(87)는 손이 떨려 연필 잡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서 담당자가 손을 잡고 돕자 조금씩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비록 속도가 더디고 선도 비뚤배뚤하지만 마침내 주름살 하나 없는 젊은 모습을 그려낸다. 신 할머니는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한다카면 잘한다 아이가”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저마다 완성한 그림을 들고 옛 모습을 소개하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서 담당자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게 치매 예방에 무엇보다 도움된다”고 강조한다. 그림 그리기와 자기소개를 마치자 어느덧 마칠 시간. 아쉬운 마음에 노래를 한번 더 부르고 자리를 정리한다.

　이분녀 괴시1리 마을이장은 “모두 연세가 많아 무기력하게 경로당에 앉아 있는 때가 많다”면서 “예쁜치매쉼터 덕에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강건우 기자



　※ 경북도의 예쁜치매쉼터 사업

　경북도와 도내 시·군이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을 지정해 ‘뇌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시행. 올해 시작됐고 경북도 내에 모두 216곳의 예쁜치매쉼터가 있다. 시·군 보건소의 전문가가 방문해 치매 예방 교육을 한다. 예쁜치매쉼터 지정을 위한 요건은 없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문의: 시·군 보건소 치매사업 담당자, 경북도청 보건정책과 ☎053-950-2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