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늙어서 눈이 침침해진 노인이 20년 경력의 안경사를 찾아갔다. 안경사는 노인의 눈빛만 보고도 순식간에 안경을 제작해 내놓았다. 그런데 노인이 새 안경을 썼는데 오히려 전보다 앞이 안 보이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안경사가 시력 검사를 하지 않고 마음대로 안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정확한 검사 없이 눈에 맞는 안경을 쓸 수 없듯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능력과 신체상태를 측정하지 않은 채 우리 몸에 꼭 맞는 운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다양한 운동과 식단을 시도해 자신이 원하는 몸을 얻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기 일쑤다.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에 알려진 운동이나 식단을 맹목적으로 따라해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쓴 것과 다름없어서다.

　우리 몸의 운동능력과 신체상태는 크게 근지구력·심폐지구력·체성분·식단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운동능력인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 현재 몸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체성분, 그리고 영양소 섭취 상황을 알 수 있는 식단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헬스클럽을 찾으면 체성분만 측정한 후 운동을 시작한다. 이때 “당신은 지방을 2㎏ 빼야 하고 근육은 얼마만큼 늘려야 하니 이런저런 운동을 하세요”라는 처방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시력 검사는 하지 않고 안경알의 크기만 재는 것과 같다. 체성분은 운동을 하면서 몸이 변화하는 과정을 측정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을 뿐, 적절한 운동법을 처방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심지어 이러한 처방은 종종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같은 체중과 체지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인마다 부위별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심폐지구력 또한 체성분 분석으로 알 수 없다.

　예컨대 근지구력이 강해 윗몸일으키기를 60회 3세트 가능한 사람에게 10회씩 3세트를 하라는 처방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또 너무 뚱뚱해 5분도 달릴 수 없는 사람에게 하루 30분씩 달리라는 처방은 오히려 근육과 관절을 망치게 할 뿐이다.

　나이나 성별에 따라 단순하게 처방하는 것도 항상 문제가 된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체력이 강하지 않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체력이 약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적절한 평가 없이는 개개인에게 맞는 운동 방법을 추천할 수 없다. 만약 본격적으로 운동할 계획이 있다면 최소한 근지구력·심폐지구력·체성분·식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동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