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 정모씨(51)는 두달 전부터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여러 가지 치료를 해 봤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밤에 자다가 손이 너무 저려 잠에서 깨기도 했다. 추석이 코앞인데 증상은 심해지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알고 보니 정씨의 병은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집안일에 시달리는 주부들에게 많이 생기는 질환이다.

　

　◆집안일·컴퓨터 사용이 영향

　손목 부위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데, 이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수근관(손목터널)이 있다. 여러 이유로 수근관이 눌려 손으로 들어가는 신경(정중신경)을 압박하면서 손 저림, 감각 둔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수근관증후군이라 한다.

　수근관이 눌리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중년 이후 여성이나 비만인 사람, 노인, 당뇨병 환자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며, 임신 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에게도 흔히 발생한다. 최근에는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미용사, 피부관리사,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손 저림…심하면 근육 마비

　엄지와 둘째·셋째·넷째손가락 일부의 저린 감각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손가락의 감각 둔화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개 새끼손가락에는 증상이 없다. 증상은 야간에 더 심한데, 잠을 깨울 정도로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손을 움직이거나 흔들면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다. 간혹 통증이나 저린 감각이 팔 위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저린 증상이 간간이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계속 진행되면 손의 감각이 무뎌지고, 엄지손가락 아랫부분의 근육이 마비돼 손가락 힘이 약해진다. 손가락 힘이 약해지면 단추를 끼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손목에 힘주는 작업 피해야

　대부분의 환자들이 혈액순환 장애 등 다른 문제로 생각해 치료 시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증상이 가볍고 근육 위축이 없다면 소염 진통제 등의 약물 치료, 보조기나 부목을 이용한 고정 치료, 수근관 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심해지거나 비수술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며 효과도 탁월한 편이라 선호도가 높다. 수술은 인대를 절제해 수근관의 크기를 늘려주고 압박되는 신경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30분 정도면 가능하다. 과거에는 손목 전체의 피부를 절개했으나, 최근에는 관절경이나 특수 기구를 이용해 아주 작은 부위만 절개한다. 수술 후에는 저린 감각이 곧 사라지지만, 수근관증후군을 오랫동안 앓아왔거나 근육 위축이 심한 경우에는 일부 증상이 남기도 한다.

　수근관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에는 바른 자세를 취하고 손목에 힘을 뺀다. 또 수시로 손과 손목을 움직여 풀어주는 것이 좋다.

　김진삼<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