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 그러나 과도한 냉방은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낸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사무실과 집안에서도 서늘할 정도로 틀어대는 냉방장치로 인해 신체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이른바 ‘냉방병’이다.

　

　◆과도한 냉방…다양한 질환 유발

　냉방병은 지나친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의 극심한 온도 차이가 주요 원인으로, 추운 곳에서만 지낸다고 걸리는 병이 아니다. 여름철 과도한 냉방으로 추워진 실내에 갑자기 들어가거나 또는 이런 곳에 있다가 더운 곳으로 나가는 경우,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냉방병에 대한 저항력은 연령과 지방의 조직량, 입은 옷의 상태, 냉기에 의한 순화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우리 몸은 어떤 물리적인 자극이 오면 그 자극에 대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러한 현상을 ‘순화’라 한다.

　특히 비만하거나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은 순화과정에 어려움이 많다. 순화가 잘 안되는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냉방병에 잘 걸려 피로·감기·소화불량·두통·근육통·권태감 등을 호소한다. 여성들에게는 생리불순이 많이 나타나며, 노인들은 안면신경마비 등 근육마비 증세까지 생길 수 있다. 또 냉방장치가 가동되는 공간에서 온종일 지내는 운전기사와 직장인들도 냉방병에 노출되기 쉽다.

　◆실내외 온도 차는 5℃ 정도로 유지

　냉방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냉방시간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에어컨은 1시간 간격으로 가동하고, 적어도 3~4시간에 한번 정도는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다. 온도의 변화에 따른 신체조절 능력은 5℃ 내외이다. 따라서 실내외 온도 차를 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고, 아무리 더워도 8℃를 넘지 않도록 한다.

　에어컨을 1시간 이상 가동하면 습도가 30~40%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호흡기 점막이 말라 저항력이 떨어진다. 덥다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켜놓으면 호흡기질환이 생기는 것은 물론 목소리까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냉방장치를 켤 때에는 젖은 수건으로 습도를 유지시켜준다.

　◆혈액순환 잘되도록 몸 따뜻하게

　냉방이 되고 있는 공간에서 몸에 이상증상이 느껴지면 우선 냉방장치를 끄고 환기를 한 다음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또 긴소매 옷을 걸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사지를 하거나 팩 등을 이용해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이와 함께 비타민이 많은 과일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틈틈이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목과 어깨는 다른 부위에 비해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져 조금만 찬바람에 노출돼도 근육통이 생길 수 있으므로 따뜻하게 유지한다.

　언제나 적당한 선을 넘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덥다고 무조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기보다는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선우성<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