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노인성 난청 환자는 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 언어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상대방이 빨리 말하거나 주변이 시끄러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난청이 진행될수록 소리가 작게 들리고 어디서 나는지도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전화 통화 때 큰 불편함을 겪고 모임에 나가기도 꺼리게 된다.
이러한 난청의 예방·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귀에 해로운 약물이나 소음 등을 멀리해야 한다. 업무 또는 주변여건상 소음에 자주 노출된다면 틈틈이 조용한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준다. 또 시끄러운 작업장에서는 되도록 귀마개를 착용하는 게 좋다. 당장 구할 수 없다면 휴지를 말아 귀를 막으면 된다. 이 경우 약 20㏈의 소음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트레스나 흡연도 청력에 악영향을 주므로 평소 스트레스 해소와 금연에 힘써야 한다. 이에 더해 달팽이관 혈액순환에 장애를 가져오는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잘 관리해야 한다.
노화로 인한 청력 소실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해마다 0.7~1.2㏈씩 감소하는 것. 노화로 떨어진 청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재활치료를 받는다면 삶의 질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청각 재활방법으로는 보청기 착용과 수술이 있다.
보청기는 외이도를 막기 때문에 착용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노화의 상징처럼 인식돼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다행스럽게도 최신 보청기는 디자인·색깔·착용감 등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다. 음식을 씹을 때 귀가 먹먹해지는 폐쇄현상, 보청기에서 ‘삐’ 소리가 나는 문제도 해결했다.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이후 난청이 진행돼도 소리를 듣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착용시기가 늦으면 그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난청이 이미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보청기를 껴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처럼 보청기 착용이 별 효과가 없는 중등고도 난청 환자 치료에는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이 쓰인다. 청력역치(각 주파수대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가 70㏈ 이상이고 문장이해도가 50%를 넘지 못하면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인공와우를 이식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청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매우 제한적으로 중이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나이 들면 안 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난청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약물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돌발성 난청일 가능성도 있고, 중이염에 걸렸거나 귀지가 막혀서 그럴 수도 있다. 필자의 환자 중에는 30년 동안 난청으로 답답하게 지내다가 이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한 이도 있다. 그는 치료를 받고 나서 하루하루가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제는 전자공학과 의술이 발달해 난청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재활만이 건강한 귀를 오래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구자원<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구자원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이사, 대한이과학회 총무·학술·공보·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이명·난청·어지럼증 등 다양한 이비인후과 질환 전문의다. 최근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ICORL 2017)에서 학술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