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치매환자를 돌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간병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실언과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잘 몰라서 또는 화가 나거나 안타까워서 그러한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는 것. 치매 전문가로서 환자를 돌볼 때 명심해야 할 점 세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는 지금 바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지 않겠다거나, 주간보호센터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환자를 설득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는 한숨 돌렸다가 다시 시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응급한 상태가 아니라면 30분쯤 지나서 다시 이야기한다. 그러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순순히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설득해서 환자의 마음을 바꿔놓거나, 무섭게 윽박지르거나 강요해서 환자가 마지못해 따르게 하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

　둘째로 환자 대신 처리하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배려하는 마음에, 때로는 답답한 생각이 들어 가족들은 종종 환자가 일상에서 하고 있던 일을 대신해 주려고 나선다. 예컨대 환자가 자꾸 음식을 태우면 아예 주방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익숙한 일상활동에서 배제되면 환자의 자존감과 인지능력은 더욱 빠르게 나빠진다. 그렇다고 가족들의 돌봄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환자도 돌봐야 하니 이중 부담이 되는 셈. 이럴 때는 환자가 원래 하던 대로 음식을 준비하게 하되 가스불 끄는 것만 가족들이 챙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상활동 대부분을 환자 스스로 해야 치매 악화를 늦추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는 명약을 찾기보다 해로운 것을 피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고가의 건강식품은 환자에게 꼬박꼬박 챙겨주면서 끼니마다 마시는 반주에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치매예방법이라고 손주의 수학숙제까지 풀도록 하지만 틈만 나면 누워 자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치매에 좋은 식품이 뭔지는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도 감기·가려움증·멀미약 등 일상에서 쉽게 복용하는 약물 가운데 피해야 할 성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나쁜 음식과 약물·생활습관이 치매를 악화시키는 정도는 좋은 음식과 약물·훈련이 증상을 호전시키는 정도보다 훨씬 강할 때가 많다. 따라서 치매환자 가족이라면 특효약을 찾아 헤매기보다 일상에서 나쁜 생활습관을 꾸준히 없애는 것이 환자와 가족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비법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김기웅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 정신과학교실 및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장을 맡아 치매예방과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을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연구·교육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