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암=죽음’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2016년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4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근래 5년간(2010~2014년)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로, 2001~2005년 생존율 53.9% 대비 16.4%포인트나 증가했다. 암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동안 급격히 증가하던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도 2011년 10만명당 324.9명에서 2012년 323.3명, 2013년 314.1명, 2014년 289.1명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한마디로 새로 암에 걸리는 사람이 줄고 있고 암에 걸리더라도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암이다. 많은 암환자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서워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충분히 피하거나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암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의 3분의 1은 생활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고, 3분의 1은 조기검진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 나머지 3분의 1은 완치는 힘들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데, 현재 의학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암 예방을 위한 실천방안을 개발, 발표하고 있다. 10가지로 구성된 ‘국민 암예방 수칙’이 바로 그것이다. 금연·절주를 생활화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며, 예방접종과 검진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인 국가암검진사업을 운영 한다. 이 사업을 통해 한해 3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암을 발견하거나 암 의심판정을 받는다. 이렇게 국가암검진사업이 암 조기발견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대상자 중 실제 검진을 받는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으로 진단받을까 두려워 검진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본인이 건강하다고 느낄 때 찾아낸 조기 암은 충분히 완치 가능하다. 암으로 진단되면 누구나 두렵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암을 치료하려면 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환자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한번 암에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 중에도 다시 술·담배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뜻밖에 많다. 암 유병자는 유전적 소인이나 환경적 요인을 그대로 간직한 경우가 많아 같은 부위에 암이 재발할 우려가 무척이나 큰데도 말이다. 암에 걸린 사람도, 암을 이겨내야 할 사람도 환자 본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암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검진도 잊어선 안된다. 특히 암 유병자는 이전에 치료한 원발암(原發癌)에 대한 검사뿐만 아니라 2차 암에 대비해 전반적인 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유방암·대장암에 걸린 여성은 자궁내막암이나 난소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특정 부위만 검진했다가는 다른 부위에 생겨난 암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암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관심거리다. 관심이 쏠리다보니 각종 부정확한 정보나 ‘이렇게 하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대증요법이 넘쳐난다. 암 퇴치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전문의로서 간곡히 부탁한다.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국가암검진을 비롯한 조기검진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혹시나 암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 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암을 극복하는 왕도다.
세상사가 모두 그러하듯 암 역시 이유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암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 모두 100세 시대를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 이강현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뇨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암센터 설립 멤버로서 전립선암센터장, 이행성임상제2연구부장, 부속병원장 등을 역임하고 2014년 7월 제6대 원장 및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