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병이란 모름지기 일찍 치료할수록 회복과 예후가 좋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다. 조기에 치료해야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초기 치매는 건망증과 헷갈리기 쉽다. 나이가 들면 말하고 싶은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약속을 깜박하는 일이 늘어난다. 이럴 때 덜컥 치매를 걱정하게 되는데, 대개는 노화로 인한 건망증인 경우가 많다. 치매는 나이가 들었다고 저절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며 기억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건망증과는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치매에 걸리면 새로 듣고 본 것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치매환자가 옛날 일은 잘 떠올리지만, 어제 혹은 아침에 있었던 일은 쉽게 잊어버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건망증은 기억나지 않던 부분이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기도 하지만, 치매환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즉 건망증은 기억을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하는 상태인 데 비해 치매는 내용을 저장하는 단계부터 장애가 있는 상태를 뜻한다.

　아울러 치매는 건망증과 달리 진행성 장애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력 장애가 점점 더 심해져 직무수행이나 가정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의심이 부쩍 늘거나 예전과 다르게 과격해지는 등의 성격·행동 변화 역시 치매의 한 증상이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당장은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특히 부모·형제 중에 치매환자가 있었던 사람, 가볍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사람, 술·담배를 많이 했던 사람,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은 사람,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과 같은 생활습관 질환을 오래 앓은 사람은 반드시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60세 이상이라면 비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보건소나 지역치매지원센터에서 무료로 치매검진을 받을 수 있어서다. 보건소를 찾기 전 가정에서 간단히 검사를 해보고 싶다면 중앙치매센터에서 배포하는 ‘치매체크’라는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치매로 진단받는다면 증상 악화를 막는 치료제를 처방받게 된다. 이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보건소에서 진료비와 약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전국 곳곳에는 인지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나 지역치매지원센터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김기웅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 정신과학교실 및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장을 맡아 치매예방과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을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연구·교육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