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양용재씨(78)는 충남 서산의 드넓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왔다. 별다른 밑천을 들이지 않아도 철마다 싱싱한 갯것들을 내주는 갯벌은 그에게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처음 만난 날도 양씨는 큰아들 내외와 함께 바닷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양씨는 육남매를 키워냈는데, 그중 큰아들과 큰며느리는 손짓과 발짓으로 대화해야 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이다. 이러다보니 집안 살림은 물론 큰손녀를 키워 시집보내는 일까지 모두 양씨의 몫이었다.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모양이다. 수십년간 이어온 고된 노동에 양씨의 몸은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었는데, 특히 어깨가 문제였다.

　오른쪽 어깨는 예전에 손상돼 이미 수술을 받은 상태였고 최근에는 왼쪽 어깨에도 심각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엑스레이·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해보니 양씨의 어깨는 연골이 모두 닳았고 퇴행성관절염도 상당히 진행돼 뼈와 뼈가 거의 맞닿은 상태였다. 의료진은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공관절 치환술은 어깨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법으로, 심각한 관절염을 앓고 있거나 어깨관절 주위를 덮고 있는 근육인 회전근개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열된 때에 적용한다.

　양씨가 받은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은 일반적인 인공관절 치환술과 달리 기존 관절과 반대 모양을 가진 인공관절을 끼운다는 게 특징이다. 이 수술을 받으면 파열된 회전근개 대신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삼각근을 활용해 어깨를 움직이게 된다.

　팔도 제대로 못 들어올릴 만큼 망가져 있던 양씨의 어깨에 수술 후 2주 만에 변화가 찾아왔다. 통증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양씨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앞으로 재활운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어깨 치료는 수술만큼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를 쭉 편다거나 무릎을 돌리고 발목을 당기는 등의 스트레칭은 자주 하지만 어깨 스트레칭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가슴 위로 팔을 올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어깨관절에 무리를 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동작을 하루에만 3000번 이상 반복하는 만큼 틈틈이 어깨근육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양팔을 옆으로 뻗고서 앞뒤로 돌려주는 풍차돌리기나 한쪽 팔로 반대쪽 팔을 당겨서 어깨근육을 늘이는 동작 등은 건강한 어깨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어머니들이남편과 자식 걱정에 아픈 어깨를 내버려두고 있을 것이다. 이분들이 하루라도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고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길 기대해본다.

　금정섭 <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