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본격적인 영농철로 접어들면서 “삭신이 쑤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통 하반신이 당기고 걸을 때 통증이 느껴지면 척추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다리에 피가 잘 돌지 않아 발생하는 ‘하지동맥 폐색증’에 걸려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다리가 아파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동맥 폐색증은 내버려두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척추질환과는 발병 원인부터 다른 만큼 구분해서 치료해야 한다.

　◆혈관이 아픈 병, 하지동맥 폐색증=하지동맥 폐색증은 동맥경화로 다리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04년 1만4522명이었던 하지동맥 폐색증 환자는 2013년 3만2353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40대 이후 급격히 늘어 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증상은 걷거나 달릴 때 다리에 통증·경련이 발생하는 것으로 척추질환과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아픈 척추질환 환자와 달리 하지동맥 폐색증 환자는 평소엔 괜찮지만 걸으면 허벅지·종아리근육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통증은 휴식을 취하면 금세 사라지지만 이후 일정한 거리마다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처음 100ｍ를 걷고 나서 통증이 발생했다면 200ｍ·300ｍ· 400ｍ 지점에서 또다시 아픔을 느끼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증상이 단순히 통증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동맥 폐색증이 심하게 진행되면 다리 피부가 차가워지고 발가락이 검게 변한다. 또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낫지 않으며 심할 경우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위험인자 있다면 주의=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진단은 발목과 팔에서 측정한 혈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발목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눈 값인 ‘발목/팔 혈압지수’가 0.9 이하면 하지동맥 폐색증으로 본다.

　발병 초기에는 항혈소판제·혈관확장제 등 약물만으로 치료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가 다리가 괴사하거나 변색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조 교수는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환자나 흡연자는 하지동맥 폐색증 고위험군에 속한다”면서 “이들은 척추질환과 하지동맥 폐색증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반드시 그에 걸맞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