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새 정부 들어 치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복지공약으로 내세웠던 ‘치매국가책임제’의 추진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흔히 치매를 일컬어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병은 환자 가족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남긴다. 그렇다고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치매는 개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관심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치매 극복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에 동참하고 고령 독자들의 정신건강을 돕기 위해 ‘치매 특집’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치매는 여느 퇴행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아직 완치법이 개발되지 않은 질병이다. 현재로선 예방이 최선이다. 중앙치매센터와 분당서울대병원 전문의가 추천하는 치매 예방법을 소개한다.

　◆절주와 금연은 기본=치매를 예방하는 방법 가운데 절주와 금연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습관적으로 한번에 석잔 이상 술을 마시면 인지장애 발생 확률이 1.7배 증가한다. 특히 과음과 폭음은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현재 흡연을 하고 있다면 2년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비흡연자에 비해 3배가량 높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담배를 끊고 6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인지장애 발생 확률이 41% 감소한다.

　고혈압·당뇨·비만은 치매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20~79세에 제2형 당뇨를 진단받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치매위험이 1.46배 높다. 또한 35~64세에 고혈압을 앓게 됐거나 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인 성인은 치매위험이 각각 1.61배, 1.6배 증가한다. 이를 막으려면 평소 건강검진을 통해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운동이나 작업 때는 머리를 보호할 장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의식을 잃을 정도의 뇌손상을 경험했다면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치매위험이 1.18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변과의 꾸준한 소통 역시 잊어선 안된다. 중년까지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으나 노년에 그 빈도가 떨어지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9배나 올라간다. 자원봉사·종교생활 등 사회활동에 많이 참여할수록 인지기능의 저하속도가 느리고 치매 발생률도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한 운동·독서 등 필요=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숨이 가쁠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20분씩 주 3회 이상 하거나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중강도 운동을 30분씩 주 5회 이상 하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보다 치매위험이 1.82배 감소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류를 개선해 뇌의 활동을 촉진하고 세포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몸과 마찬가지로 머리도 단련할수록 튼튼해진다. 미국 시카고 러시대학 의료센터의 로버트 윌슨 박사는 머리 쓰는 일을 많이 하는 노인일수록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독서·게임·신문 읽기 등의 두뇌 활동은 뇌세포를 자극해 인지기능의 저하를 막아준다. 윌슨 박사에 따르면 두뇌 활동을 자주 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그렇지 않은 고령층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평균 47% 낮다.

　또한 최근에는 몸과 머리를 동시에 단련하면 치매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는 2011년부터 4년간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고령층 740명에게 몸과 머리를 동시에 활용하는 치료를 시행했다. 예컨대 암산을 반복하며 걸어다니는 식이다. 그 결과 환자의 46%가 재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그대로 경도인지장애에 머문 환자는 40%였으며 치매로 진행된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견과류·블루베리·시금치 등 가까이 해야=올바른 식습관 역시 중요하다.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는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지켜준다. 특히 견과류·블루베리·콩·시금치·홍삼 등은 인지기능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두·잣·땅콩 등 견과류에는 손상된 뇌세포 회복을 돕는 레시틴, 세포막을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과 함께 뇌신경을 안정시키는 칼슘 등이 풍부하다. 하루 한줌씩 견과류를 먹으면 뇌를 보호하는 다양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블루베리에 많이 들어 있는 안토시안과 콩에 다량 함유된 포스파티딜세린도 뇌세포 손상을 막는 작용을 한다. 시금치는 기억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시금치 추출물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아세틸콜린이 분해되는 것을 막아준다.

　두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인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 홍삼·백삼 분말을 꾸준히 먹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기억능력과 학습능력 평가점수가 두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뇌에서 에너지로 사용되는 포도당 흡수를 도와 뇌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지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젊은 시절부터 치매를 예방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