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세상 떠나기 전에 허리 한번 쭉 펴고 걸어보는 게 소원이에요.”

　충북 영동에 사는 최복남씨(79)를 처음 만난 날, 그가 건넨 이 한마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최씨의 허리는 거의 90도로 굽어 있었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포도농사를 지어온 최씨는 작업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허리를 굽힌 채 일했다. 이로 인해 척추에 통증을 느끼는 날이 잦았는데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픔이 심할 때면 소염주사를 맞으며 버텨왔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는 이마저도 통하지 않게 됐다.

　남편이 두눈을 실명하면서 농사일은 모두 최씨의 책임이 됐고, 일이 늘어난 만큼 허리통증도 더욱 악화된 것이다. 결국 최씨는 허리와 다리가 아파 집에서 300ｍ 떨어진 마을회관에도 나가지 못하게 됐다. 허리가 많이 손상됐고 다리마저 아프고 저리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남편을 돌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치료는 뒷전이었다. 보다 못한 맏사위가 주변에 도움을 청해 병원을 찾게 됐지만 이미 벽을 짚지 않고는 두세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최씨는 자기공명영상(MRI) 등 첨단장비를 통한 정밀검사를 받았다. 이를 통해 밝혀진 최씨의 병명은 말기 척추관협착증이었다. 신경이 세부위나 심하게 눌려 있고 허리근육도 굉장히 약해진 상태였다.

　초기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성형술’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비수술적 방법만으로 치료 가능하다. 하지만 최씨의 경우 증상이 심각해 수술이 불가피했다. 다행스럽게도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수술에 대한 부담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최씨는 ‘최소미세현미경감압술’이라는 수술을 받고 나서 허리근력 강화를 위해 EMS(전기 근육 자극) 재활운동에 들어갔다. 일주일간의 재활치료까지 마친 최씨는 꼿꼿한 허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병원 문을 나서며 최씨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척추질환의 약 90%는 수술 없이도 고칠 수 있다. 다양한 비수술적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치료를 6주 이상 받았는데도 상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활동에 심한 제약이 있고 감각이상·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씨가 받은 최소미세현미경감압술은 대표적인 척추수술법 가운데 하나로 아주 정밀한 현미경을 사용해 협착부위를 풀어주는 방식이다. 예전에 척추수술을 하려면 7~10㎝를 절개해야 했다. 그러나 미세현미경감압술은 1.5~2㎝만 절개하면 된다. 절개부위가 작은 만큼 회복기간이 짧고 수혈도 필요 없다. 더불어 부위 마취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신 마취에 대한 부담이 없으므로 고령 환자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척추질환 치료는 초기에 실시할수록 효과가 높다. 하지만 많은 농민이 허리가 아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척추는 인체의 중심이다. 중심이 흔들리면 당연히 몸 전체의 건강이 위협받게 된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허리가 아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남은 삶을 더욱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