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머님들의 아픈 척추·관절을 돌봐드린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돼간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인생은 그 자체가 큰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올 초 강원 고성군 현내면 대진항에서 만난 이연희씨(63)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자도 고되다는 뱃일을 30년 넘게 해온 이씨는 매일 새벽 4시면 바다로 나가 동틀 무렵 항구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해가 질 때까지 그물을 손질하는데, 오랜 세월 반복된 거친 바다일에 몸 어디 한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특히 무릎의 상태가 좋지 않아,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돼 있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노화로 무릎 주위 뼈·인대가 손상돼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앉을 때 관절에 부담을 주는 좌식 생활습관이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씨의 무릎은 퉁퉁 부어 제대로 굽혀지지도 않았다. 다리도 ‘O자’로 휘어서 걸을 때는 물론 옷을 입을 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해 전 수술받은 허리도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씨는 고작 파스를 붙이거나 찜질을 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병원을 찾는 것은 시간적·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수술이라도 받을라치면 두려움이 몰려오는 게 사실. 그러나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다보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초기 관절염 환자는 약물·물리치료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이씨는 걷는 것도 힘들 만큼 관절이 손상된 상태였다.

　정밀검사 결과 본래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수술법은 무릎 치료에서 최후에 고려되는 수단이다. 보통 60대 후반부터 적용하지만 상황이 심각하면 더 이른 나이에도 실시하게 된다.

　양쪽 무릎을 모두 수술한 터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이씨는 한달간 매일같이 재활훈련에 매달렸다. 수술하고 세달가량 지났을 무렵 다시 만난 이씨는 지긋지긋한 무릎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리도 곧게 펴져 이전보다 훨씬 옷맵시가 났다. 수술 이후 성격 또한 밝아져 수다가 늘었다는 이씨. 예전에는 앉았다 일어나려면 무언가 꼭 붙잡아야 했는데 이제는 손을 쓰지 않고도 거뜬히 설 수 있다고 했다. 신경성형술이라는 시술을 통해 고질적인 허리 통증까지 해결한 이씨는 꼿꼿해진 몸 덕분에 키가 훌쩍 커졌다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 모습은 아직도 뭉클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종종 인생을 긴 항해에 비유하곤 한다. 평생을 험난한 파도와 맞서느라 허리·무릎·어깨가 무너져내리는 고통을 감내해온 우리네 어머님들. 그분들이 효과적인 척추·관절 치료를 받고 남은 항해는 유람하듯 즐기며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도훈<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