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얼마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 의학잡지 <란셋>에 2030년이 되면 한국인의 기대여명이 전세계에서 가장 길어질 것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오래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건강하지 않고서야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선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질환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약 60%는 고혈압을 앓고 있다. 유병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은 20~30%만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일 경우 심뇌혈관질환·뇌졸중·치매·만성 콩팥병 등의 발병 위험이 무척 커진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혈압만 잘 조절해도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약제는 효과가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다. 하루 한번만 복용해도 충분하며 이로 인한 부작용도 거의 없다. 그러나 아직도 고혈압 환자의 절반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치료받는 환자의 절반만이 약을 잘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도 환자들이 잘 따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아직도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 또는 ‘나이가 들면 혈압은 자연히 오른다’ 등 근거 없는 말에 현혹돼 고혈압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있다. 고혈압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러 복용 시기를 미루다 결국 적절한 때를 놓치고 합병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혈압은 불치병이 아니다. 혈압 낮추는 약을 복용하면서 짠 음식을 피하고 적정체중을 유지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이에 더해 규칙적인 유산소운동과 충분한 채소·과일 섭취까지 병행하면 혈압이 올라갈 걱정을 덜 수 있다. 고혈압은 치료보다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고혈압약 역시 고혈압 자체를 치료하기보다 심뇌혈관질환이나 치매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고자 먹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위해서는 혈관이 건강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고혈압에 대한 적절한 치료에서 시작될 것이다.

　김광일(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대한고혈압학회·대한노인병학회·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이사를 맡아 노인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 치료와 예방에 힘쓰고 있다.